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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s of Wines

Louis Jadot Gevrey-Chambertin, Chambolle-Musigny, Pommard (루이자도 쥬브레 샹베르땅, 샹볼 뮈지니, 포마르)

집에서 처음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아래는 시음 와인 리스트. 


Louis Jadot Pommard 2013 / Louis Jadot Chambolle-Musigny 2014 / Louis Jadot Gevrey-Chambertin 2013

루이자도의 포마르, 샹볼 뮈지니, 쥬브레 샹베르땅 


처음부터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어느정도 계획하고 떼루아 장터에서 사와던 녀석들이다. 

아직 나같이 경험이 부족한 초보 수준에서는 도멘의 특징까지 파악하진 못할테니, 루이자도와 같은 대형 네고시앙 와인이 적합할 것 같았다. 그리고 대형 네고시앙이면 빈티지나 보틀에 따른 편차도 조금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비교적 떼루아의 일반적 특성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뭐랄까, 프렌차이즈 레스토랑 느낌이랄까? 셰프의 특별한 솜씨는 찾기 어려워도, 어딜 가도 어느 정도 수준의 일관적인 음식 수준을 맛볼 것 같은 기대감, 그런게 있었다. 

사진엔 없지만, 와인 병을 은박지로 싸고 윗 부분에 빨간색, 연두색, 파란색 태그를 붙였다. 같이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친구들 중 한 명이 싸고, 한 명은 섞고, 한 명은 붙이고 이런식으로 해서 결국은 뭐가 어떤 와인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 

이번엔 모두 같은 루이자도 와인이었지만, 양조자가 서로 다르면 병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은박지로는 제대로 블라인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블라인드용 와인 커버를 사려고 한다. 사실, 이번에 미국 피노누아도 한 병 넣을까 하다가 너무 티가 나서 미국 피노누아는 다음에 블라인드 해보기로 했다.


빨간색, 연두색,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시음잔 


이런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처음이라 좀 긴장이 됐지만, 드디어 시음 시작! 


먼저, 색깔로 비교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빈티지가 비슷한 어린 피노누아들이어서 그런지 색깔로는 도저히 마을을 비교할 수 없었다. 모두 다 비교적 투명한 밝은 루비색에 끝부분에 살짝 감도는 벽돌색 정도. 결국 색은 다~ 비슷. 


다음은 향을 열심히 맡았는데, 느낌적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었다. 그래서 빨간색-쥬브레 샹베르땅, 연두색-샹볼 뮈지니, 파란색-포마르 라고 생각하고 맛으로 넘어갔다. 


열심히 맛을 봤는데, 내가 느끼는 쥬브레 샹베르땅은 두 가지의 맛이 동시에 올라오는 느낌이다. '샹'과 '땅'의 느낌인데, 베리베리한 과실맛 안에서 무언가 곧게 뻗어 올라오는 힘있는 맛과 향이 있다. 마치 너그러움과 권위가 동시에 있는 느낌. 이중으로 느껴지는 맛. 마치 커다란 종이 연상된다. 종을 울리기 위한 힘있는 타격과, 그로부터 퍼져 나가는 여운있는, 은은하면서도 신비감 있는 종소리. 빨간색 와인에서 그런 느낌이 약간 났다. 그래서 테이스팅 할 때도 쇠맛이라고 썼는데, 그런 종 느낌이 살짝 있었다. 


연두색 와인은 여리고 꽃향이 났다. 하늘하늘한 꽃잎같은 느낌. 다른 와인들보다 약간 산도가 있었고 뭔가 더 여린 느낌이었다. 샹볼 뮈지니는 그 특유의 눅눅한 느낌의 향이 있는데, 연두색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파란색 와인은 다른 와인들보다 조금 더 남성적인 느낌이었다. 탄닌감과 무게감이 조금 더 느껴졌다. 중간에는 한약재 향이 나기도 했고, 힘차고 푸른 잔디밭같은 향이 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게감이 조금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잔보다는 무게감이 더 있는 편이었다. 포마르는 이전에 마셔본 적은 없지만 이론적인 내용을 배경으로 파란색이 포마르 같다고 생각했다.


향 만으로도, 맛을 보고나서도 답을 맞췄다! 


와인을 공개하기 전에 서로의 답을 비교해봤다. 빨간색 와인을 나 혼자서만 쥬브레 샹베르땅이라고 하고, 나머지 셋은 모두 샹볼 뮈지니라고 해서 조금 기가 죽어있었다. 하지만, 답은!? 


빨간색 - 쥬브레 샹베르땅 / 연두색 - 샹볼 뮈지니 / 파란색 - 포마르 

향을 맡았을 때의 느낌적 느낌이 맛까지 이어져서 답을 모두 맞췄다!!! 


비록 보기가 있는 문제였고, 찍어도 1/6의 확률로 다 맞출 수 있는 세 병밖에 안되었지만, 그래도 향과 맛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경험도 부족해서 맛과 향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이런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와인을 마시는 혀의 날을 조금 더 벼리는 듯한 공부가 되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비교해서 마셔보거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조금 더 해봐야겠다. 


그 날의 와인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기 전, 여행 계획을 세우며 가볍게 앙드레 끌루에 실버 브뤼를 한 잔 했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끝나고는 크리스톰 피노누아를 더 나눠 마셨다. 나중엔 부르고뉴와 미국 피노누아를 여럿 섞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음식은 뵈프 부르기뇽을 집에서 해먹었는데, 와인과도 잘 어울리고 만드는 방법도 많이 어렵지 않아서 딱 적당하게 준비한 메뉴였다. 

계속해서 와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20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