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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pain

스페인 여행 (세비야) #4. Petalos de Bierzo Mencia 2016 at Antiguedades (페탈로스 데 비에르조 멘시아)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에 다녀온 후, 바로 세비야로 이동했다. 이 날 세비야 행 기차 시간을 두고는 여유가 있어 커피를 마시고 피자도 먹으며 역에서 기다리다가 기차를 타러 갔는데, 기차를 타는 곳인줄 알았던 곳이 기차역이 아니었다. 당황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하다가 그만 기차를 놓쳐버렸다. 괜히 여유부리다가 기차를 놓쳐서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바로 다음 기차가 1시간 뒤에 있었기에 기차표를 새로 사고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세비야에 도착했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몸도 마음도 조금 고단했지만, 호텔에 도착하자 고단한 마음이 싹 풀렸다. 너무나 아늑하고 좋았던 숙소였다. Hotel Boutique Casa del Poeta. 밤에 웰컴 와인도 맛있게 마셨다. 낮에는 중앙 정원에 햇살이 비치는데 호텔의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사진을 보니 탐 크루즈도 여기에 다녀갔나보다. 아무튼, 우린 늦은 밤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는 얼른 밥을 먹으러 나갔다.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며 세비야 밤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겨울이라는 계절이 무색하게 분위기는 너무나도 아늑하고 포근했다. 그래서 지나가다 가장 포근해 보이는 곳으로 갔는데, 이름은 Antiguedades, 골동품이라는 뜻의 레스토랑이었다. 역시, 밤에 찍은 사진이 없어서 낮에 찍은 사진들로 대신한다.


우선 와인부터. 역시 다양한 스페인 와인들이 있었다. 처음엔 안달루시아 지역에 왔으니 안달루시아 와인을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문한 와인이 없었고, 직원이 비에르조 와인이 맛있다면서 추천해줬다. 

그렇게 추천대로 고른 Petalos de Bierzo Mencia 2016. 근데 가져온 와인 라벨이 여기저기 긁혀서 까져 엉망이었다. 사실 이정도면 업장에서 판매 불가인 정도인데, 바꿔달라 하기도 귀찮고 비싼 와인도 아니었고 그냥 오늘 마셔버릴 거라서 따로 컴플레인 하지는 않았다. 라벨이 뭔 대수냐 싶은 와인. 

멘시아 품종을 각잡고? 노력해서? 마신 적이 한두 번 있었는데, 이 와인도 그 특유의 너티한, 단단하고 고소한 두께감이 느껴졌다. 추천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거기에 가격도 22유로밖에 안하다니. 만족스러운 와인이었다. 

여기도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 메뉴가 있어서 음식을 주문하기가 편했다. 우린 이런저런 타파스를 잔뜩 시켰다. 하몽, 빠에야, 대구 튀김, 토마토 스프, 만체고 치즈 등등. 한국에서는 귀한 음식처럼 먹었던 만체고 치즈가 여기는 어딜 가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늦은 밤이었지만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였지만, 난로가 켜진 바깥 자리에 앉아서 별로 춥지 않고 포근한 기분으로 분위기와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와인이 맛있어서 더욱 기분 좋았던 시간. 근데 타파스 메뉴에 빠에야갸 있길래 시켰는데, 작은 냄비에 해주는건 아니고 큰 냄비에 요리한 걸 작은 냄비로 옮겨 담아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음식은 다 맛있었다. 특히 대구 튀김. 별 기대 안했는데 꽤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세비야 성당 주변을 조금 걸으며 구경했다. 조명을 밝혀놓아서 야경도 볼 만 했다.

세비야로 오는 날, 세고비아에 다녀왔다가 기차도 놓치고 조금 고단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세비야는 아기자기하면서 포근하고 정겨운 도시였다. 음식도, 와인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비야에 안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에 간다면 세비야에 또 한 번 가고 싶다. 

2019.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