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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US

미국 와인 여행 (왈라왈라) #2. L'Ecole No.41 in Walla Walla Valley (레콜)

첫 날 시애틀에서 포틀랜드로 이동했고, 포틀랜드에서 하룻밤을 잤다. 여행 2일차엔 워싱턴 주의 유명 와인 산지 중 하나인 Walla Walla Valley 로 향했다. 

포틀랜드에서 왈라왈라 밸리까지 가는 방법은 따로 포스팅

(미국 와인 여행(왈라왈라) #5.5 포틀랜드에서 왈라왈라로 이동하기)


왈라왈라에서 방문한 첫 와이너리는 L'Ecole No.41 이다. (https://www.lecole.com/)


<Fig 1. L'Ecole No.41>

L'Ecole 은 프랑스어로 학교라는 뜻인데, 과거 프랑스에서 이주해온 캐나다인들이 정착해 살았던 곳에 실제 학교가 있던 곳이다. 41번가에 위치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현재의 모습으로는 1915년에 지어졌는데, 실제로 학교로 계속 쓰이다가 와이너리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셀러도어 안에는 실제 수업에 쓰였을 것 같은 칠판들도 있고, 과거 와인 레이블로 쓰였던 그림들도 있다. 


 

<Fig 2. History of L'Ecole No.41>


 

<Fig 3. Old bookshelf, photos, drawings, and wines>

셀러도어에서 와인을 받아 시음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안쪽에는 너무나 귀엽게 생긴 칠판과 오래된 가구들이 눈에 띄였다. 

학교에서 와이너리로 바뀌었지만 기존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현재에 맞게 꾸민 공간, 오래되었지만 결코 먼지 쌓이지 않은 과거를 간직한 공간을 둘러보면서 그 조화와 아름다움에 행복감이 밀려왔다.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Fig 4. The most beautiful place of L'Ecole No.41>

공간 구석구석엔 마치 이곳이 학교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와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자료들이 함께 놓여있었다. 이 와이너리의 포도밭과 토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별 토양 성분을 지도와 함께 그림으로 표시해 놓았다. 


   

<Fig 5. The map of the vineyard> 

그리고 실제 사진으로 지층의 토양에 대해 볼 수 있게 해 놓았고, 심지어는 실제 그 토양의 흙과 자갈들까지 직접 볼 수 있도록 가져다 놓았다. 어린 시절 이런저런 돌멩이와 교구들이 놓여있던 과학 시간이 떠올랐다. 


<Fig 6. Explanation of the estate vineyards of L'Ecole No.41 and their terroirs> 


와인 시음은 셀러도어의 바에서 할 수 있다. 레꼴의 화이트부터 시작해 레드까지 몇 종류를 시음했는데, 아쉽게도 Fergurson 은 다 떨어져서 시음을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괜찮았던 것은 멜롯이었다. 

이전에 마셔본 몇몇 워싱턴 와인들도 그랬지만, 카베르네 소비뇽보다는 멜롯이 아주 뛰어난 것 같다. 밀키하면서도 실키한 부드러움, 거기에 적당한 바디감까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Fig 7. Wines of L'Ecole No.41>

결국 멜롯을 한 병 샀다. 밑에 보면 여러병 사면 쉬핑도 해주고, 실제 시음하는 옆에서 미국 사람들은 6병씩 잘도 사가던데, 우리는 그렇게 다 들고 갈 수 없으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Fig 8. Wine tasting> 


<Fig 9. Wines served for tasting>


<Fig 10. Wines I wanted to take my home>

가격을 보면 와인들이 별로 비싸지 않은 편이다. 미국 내에서도 나파벨리에 비하면 별로 비싸지 않은 편. 이 가격에 이정도 퀄리티의 와인을 언제든 맘껏 즐길 수 있는 미국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와중에도 칠판에 쓴 분필글씨가 이 곳이 학교였음을 말해준다. 


<Fig 11. Chalkboard and colored chalk>

테이스팅 바는 칠판 재질로 되어있고, 맨 구석엔 저렇게 아기자기한 색깔 분필들이 놓여있었다. 


와인은 술이라서 어른들의 세계지만, 레꼴은 그 속에서 어릴적 동심을 피워주는 곳이었다. 먼지 쌓인 과거가 아닌 현재로 계속해서 이어져 오는 학교라는 공간과 거기에 얽힌 다양한 추억들을 아름답게 꾸며진 곳이었다. 와인도 훌륭했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그들의 정신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