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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US

미국 와인 여행 (왈라왈라) #5. Pepper Bridge in Walla Walla Valley (페퍼 브릿지)

왈라왈라에서 방문한 마지막 와이너리는 페퍼 브릿지 와이너리. (http://www.pepperbridge.com/)

마찬가지로 시골 마을의 한적한 언덕을 마주하고 있는 전원 농가같은 분위기.


안으로 들어가면 와인이 늘어선 바가 있다.


페퍼 브릿지의 시음 리스트. 총 4가지를 시음할 수 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와인부터 점차 무거운 와인으로 시음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뒤에는 서로 다른 빈티지의 카쇼를 비교 테이스팅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때 무엇 때문이었는지 와인 사진은 하나도 없다. ㅠㅠ 



바깥 경치는 역시 셀러도어에서 바라보는, 언덕배기의 포도밭들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포도밭을 바라보며 셀러도어의 저 테라스에서 와인을 시음했다. 


시음 중간에 와이너리 구경 시켜준다고 해서 다른 테이블에서 시음하던 외국인들과 함께 투어를 하게 됐다. 


먼저, 포도를 구경시켜 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역시 익어가는 포도였는데, 포도만 보고 품종 구분이 되냐고 물었는데 어느 정도 구분이 된다고 했다. 카쇼는 포도잎에 저렇게 thumb printing 모양이 크게 보인다면서. (근데 다른 품종들도 그런 모양은 있어보이는데...) 


다음은 와인 공장(?) 견학. 포도를 수확해서 가지와 포도를 분류하고, 즙을 짜내어 쥬스를 만들고 저장하여 발효를 한다. 

이런 와인 제조 과정의 기계들을 이 와이너리에서 처음 보았다. 물론, 나중엔 여기저기서 지겹도록 보게 되지만.


오크 배럴도 페퍼 브릿지에서 처음 만났다. 드디어 만난 오크 배럴들. 처음 봤을 때 뭔가 비밀스러운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쁨과 신비로움이 있었다. 특히, 오크 배럴의 냄새를 가까이서 맡았을 때, 아 이 냄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와인에서 나는 오크의 풍미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후로도 숱하게 오크 배럴들을 구경하고 오크 냄새를 맡았다. 


투어를 하던 중 달걀 모양의 콘크리트 탱크를 보다가 시간이 없다며 급히 불려 올라갔다. 우리가 다시 포틀랜드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웠다. 아쉽게도 마지막이라서 그랬는지, 한가롭게 와인을 마시며 투어 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모자랐던 듯 했다. 


투어 전 셀러도어를 구경하며 찍은 사진들을 올려본다. 

와인 퀴즈 게임을 하도록 만들어진 카드였다. 왠지 탐나서 고민했는데, 결국 조금 다른 종류의 카드 게임을 다른 곳에서 득템했다.


왠지 소소한 아이템들 까지 눈에 띄었는데, 천장엔 포도와 포도나무 잎이 어우러진 조각의 샹들리에가 있었다. 그리고 한 쪽엔 사진으로만 보았던, 와인 마시는 포도나무 남자 조각이 있었다. 이 조각을 다른 블로그 포스팅에서 봤는데, 아마 여기저기서 파는 조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와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감상이라면, 와인 향을 맡으며 머리 속에는 포도나무가 자라고, 그 포도나무에서는 머리 속으로 와인을 따라주고 있다. 저 남자가 솟아오른 곳도 어쩌면 와인이 공기와 만나는 지점, 와인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지점인지도 모른다. 와인 향기처럼 피어오른 저 사람은 어쩌면 포도나무의 한 줄기일지도 모른다. 와인으로부터 뻗어 올라온 사람이 와인의 향을 맡으며 포도나무를 상상하는 모습, 그러면서 스스로 와인과 포도나무와 물아일체 되는 듯한 조각. 너무 과한 상상인가? 아무튼...


셀러도어를 나서는데, 귀여운 강아지가 배웅을 나왔다.


전반적으로 날씨는 좋았는데, 하늘이 약간 뿌옇게 보였다. 물어보니 캘리포니아의 산불(!) 때문에 여기까지 스모키 하다고 했다. 안그래도 여행 전 Carr fire 때문에 걱정이 살짝 되었는데, 여기까지 영향을 미칠 줄이야! 사실 산불 때문에 요세미티 일정도 고민했다가 뺐는데, 어떻게 보면 산불 덕분에 온전히 와인 투어만 할 수 있게 된 면도 있다. 


어쨌든,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와인도 마시고 미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투어도 했던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2018. 8. 17.